2017년 2월4일 오전 11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옛 뽀로로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을 집어삼켰다.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지만 화재경보기는 조용했다. 스프링클러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사망자 4명을 포함해 총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불은 1시간 넘게 건물을 태우고 오후 12시10분쯤 꺼졌다.
지옥으로 변한 '꿈의 동산'
불이 난 3층 뽀로로파크에서는 당시 철거공사가 한창이었다. 용접불꽃이 인화물에 튀면서 불이 번졌고 건물 내부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펭귄' 뽀로로가 사는 극지방을 연출한 '뽀로로파크'는 인테리어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유독가스가 대량 분출됐다. 현장에 있던 철거업체 직원 10여명은 불길을 보자 밖으로 대피했지만 현장소장인 이모씨와 작업자 정모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불이 난 곳에서 30여m 떨어져 있던 20대 피부숍 직원과 50대 고객도 유독가스에 중독돼 숨졌다. 이날 화재로 건물에 있던 100여명이 대피했고 47명은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화재 원인은 역시 人災
메타폴리스엔 경종과 방화셔터, 급·배기 후드 등 14가지 소방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이중 무엇 하나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경보와 스프링클러 모두 주민들이 대피하고 나서야 작동했다. 대피 방송도 불이 난 지 2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19분 진행됐다.
방재시설이 고장 난 건 아니었다. 메타폴리스 관리업체 측은 애초에 경보기,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방재시설 일체를 꺼두고 있었다. 2010년 9월 문을 연 메타폴리스는 사고 당일까지 6년5개월간 단 9일만 방재시설을 운영했다.
업체 측은 이에 대해 "매장 공사로 인해 경보기가 오작동할 경우 상가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피 중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어 취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철거업체 측이 가연성 폐기물에 용접불꽃이 옮겨붙으면 그때그때 물로 불을 끄면서 작업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일부 작업자는 특히 경찰조사에서 "철거 용접 작업장 주변에는 합판 조각이나 카펫, 우레탄 조각 등 가연성 물질이 다수 있었으며 작업 중에도 불티가 여러 차례 합판 등에 주변에 옮겨붙어 물로 불을 끄면서 작업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건물 밖으로 옮기던 작업자도 "용단 작업 과정에서 불꽃이 튀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유족에 각 10억씩 배상…책임자 모두 집유
검찰은 사고 책임자인 철거업체 대표 남모씨와 상가 관리업체 직원 4명을 각각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두홍 판사는 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상가 관리업체 직원 4명 중 혐의가 중한 1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나머지 3명에게는 징역 1년 2월∼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건물 소유사와 상가운영 업체, 시설관리 업체가 각 10억원씩 출연해 사망자 유족 및 상해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 측에 유리한 정상이 더욱 참작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160시간의 사회봉사 이수를 명령했다.
실형 선고를 받았던 상가 관리업체 직원 역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그밖에 다른 3명에 대해서도 각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씨 등 피고인들은 철거공사 현장과 같이 가연성 재료가 산재한 공간에 대한 화재의 위험성이 이미 과거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해당 화재사건의 발생 1차원적 원인은 철거공사 현장의 안전관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현장소장인데 이를 소홀히 했다"며 "또한 일부 피고인들이 각 10억원씩 출연함으로써 유족 및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해 일부 피고인은 형이 무겁다고 판단되며 나머지 피고인은 형이 적정하다고 본다"며 "사고와 관련된 업체 3곳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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