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관계에 있는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소유자인 임대인에게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종종 문제된다.
특히 보험사가 화재 피해를 보상한 뒤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구상금 소송의 경우, 임대인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임대차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화재 발생 당시의 사용·관리 관계를 기준으로 임대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소유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불은 인접한 이웃 주택으로 옮겨 붙어 건물 일부에 화염 피해를 입었고, 진화 과정에서 사용된 소방수로 인해 내부 가재도구가 손상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인접 주택과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한 뒤,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이 주택 소유자인 피고에게 있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칫하면 임대인이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책임을 단독으로 부담해야 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관할 소방서 조사 결과, 화재는 주택 현관 내부에 설치된 전기차단기 접속단자 부분에서 발생한 전기적 이상으로 추정됐다. 보험사 측은 임대인이 건물 소유자로서 전기설비 전반에 대한 관리·점검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소홀히 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즉,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과 무관하게 건물 소유자라는 지위만으로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수행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은 화재 책임을 단순히 ‘소유자 여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임대차 화재 분쟁을 다수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화재 발생 당시 주택의 실제 점유·사용 관계와 전기설비의 관리 주체를 핵심 쟁점으로 정리했다.
법원은 민법 제758조에 따라 공작물로 인한 손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이를 사실상 지배·관리하는 점유자에게 있고, 소유자의 책임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차인이 화재 발생 전부터 타는 냄새 등 전기적 이상 징후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전기차단기에 임의로 배선을 추가해 다수의 전기기기를 사용한 정황, 발화 지점이 임차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해 임차인의 관리 소홀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 결과 법원은 임차인이 화재 방지를 위해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임대인에게까지 책임을 확장할 수는 없다며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같은 화재 사건이라 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임차인이나 임대인 중 한쪽의 책임이 일률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화재의 원인과 관리 행태가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따라 책임 귀속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다.
임대차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임대인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임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전제한 채 대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화재 사고 이후 보험사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았다면, 소유자라는 지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화재 원인과 점유·관리 구조부터 법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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