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구축 건물의 화재 예방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축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끌어낼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13일 부산 북구, 지난달 2일 부산 기장군, 6월24일 부산 부산진구에도 화재가 일어나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6명이 사망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들에는 모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층수가 6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은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2005년에 11층 이상 건물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으며, 2018년엔 그 범위가 6층 이상 건물의 전 층으로 확대됐다.
다만 법이 개정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새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도 지상 20층 높이지만 1998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 주민 사이에선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동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는 "큰 불을 막기 위해 구축 아파트에도 화재 예방 시설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면 좀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 같다"고 밝혔다.
구축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해선 건물 천장을 뜯어 배관을 설치해야 하고, 공사 기간 동안 건물에서 거주하거나 영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탱크 등 소방용수 보관 시설 설치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통상 구축 건물은 층고가 낮은 편이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금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일수록 화재 발생 위험이 커서 대책이 필요하다"며 "건물주가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을 자발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 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정한 지원 금액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만큼 기존 소방시설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구축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구축 건물의 낡은 방화문을 교체하는 등 소방 시설을 철저히 관리해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당국은 이날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전동 스쿠터 배터리팩이 발견됐다"며 "아직 배터리팩을 화재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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